[김채한의 사통팔달] 한가위만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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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4]

이 시절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지만 어디 우리 사는 구석이 항상 팍팍하다보니 가윗날이 가윗날 같지 않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선물 꾸러미 주고받으며 그동안 잊고 지냈음을 되돌아보며 잠시나마 푸짐함에 인정들을 내 밀기도 한다. 간혹 어쭙잖은 꾸러미로 말썽을 피우며 주위를 혼탁하게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그 또한 어쩌랴 한가위인 것을.
더 이상한 것은 왜 정치하는 사람들은 명절만 되면 안절부절 저럴까.
저들끼리 만나면 그저 험담과 삿대질이 예사다. 그러다 시중에 나오면 그렇게 공손할 수가 없다. 때마침 내년 봄이면 총선. 선거구 획정이 뚜렷하지 못한 것으로도 야단이며 의석수 가지고도 저렇게 법석이다.
제 밥그릇 찾기에 혈안인데 달은 점점 보름달로 휘영청 밝아진다. 한가위만 같아서는 선거를 치르지 못할게다.
“팔월 한가위라 함은 한산 세모시 같은 느낌이 든다. 온기가 없는 달의 아름다움이 연상되어 그렇기도 하려니와 소복단장한 청상과부의 비애가 한산 세모시에 더 가까운 것 같다”며 작가 박경리는 ‘토지’에서 표현하고 있다.
애잔함이야 이루 형언할 수 없지만 그 속에는 그러나 바른 결이 가지런하게 녹아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선거판에도 이런 한가위의 정감이 넘쳐난다면 지금 같은 천박한 주장들은 감히 발을 뻗지 못할 터인데 그러질 못하는 세대가 염려스럽기만 할 뿐이다.
복지시대를 부르짖지만 여전히 복지사각지대는 왜 그리 넓어지는 것일까. 해가 갈수록 조손가정은 늘어난다, 다문화와 맞벌이 가족. 여기에도 한가위 보름달은 변함없이 넉넉하게 밝은 빛을 주지만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빈틈이 있다. 빈틈으로 빛이 강하듯 추석 보름달도 강할 뿐이다.
소외된 이웃에 보내는 정형화된 사랑. 그래서 이웃의 더 외로워짐을 살피지 않고는 늘 가윗날만 같아라며 노래해서야 한 철 귀뚜라미 깽깽이 소리보다 나을 게 없다.
이런 가운데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곧 열린다. 정부는 내달 1일부터 14일까지 거의 보름간 전국의 200개 전통시장을 포함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 2만6000여개가 참여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온라인 유통업체도 포함되고 외식 프렌차이즈도 함께 참여 한다는 것.
대내외 경제여건이 안 좋은 상태여서 내수 촉진을 위한 필요성이 인정돼 업계와 같이 대규모 행사를 기획했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말은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이날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세일기간 동안 연간 소비 금액의 20% 이상이 발생한다니 대단한 세일이다.
이를 본떠 우리도 해보는 것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일을 다른 날로 조정해 가면서 열린다. 심지어 행사참여 업체에 대한 카드사의 무이자할부도포함된다. 최대 70% 까지 할인이 된다니 가히 빅 세일이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열리기 전 우리의 소외된 이웃들이 과연 얼마나 참여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어려운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지만 그 식사가 어려운 아이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구실을 해 되레 이를 기피하는 아이들이 많은데도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복지국가에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이런 대규모 세일행사를 벌이는 것은 흡사 한가위 뒤풀이라도 되는 것 같다.
좀은 씁쓸하다.



칼럼니스트·달성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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