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한의 사통팔達] 100년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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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0]

단테는 걸작 ‘신곡’에서 “폭풍이 몰아 쳐도 끄떡도 않는 견고한 탑처럼 우뚝 서라”며 세상을 향해 격려했다. 탑이란 이래서 옛 부터 세워지고 그걸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도시의 한 가운데든 한적한 시골이든 청산취벽이든 우뚝 솟음에 경의를 표하며 스스로를 자극하기도 하고 자제하기도 하는가 보다. 요즘은 탑이라는 말 보다는 타워라는 영어가 훨씬 현실적이고 실용적이어서 정감이 가는 듯 이름 붙여진다.
탑이나 타워라는 이름이 붙은 유명한 건축물은 세계적으로도 엄청 많다. 우선 파리의 에펠탑을 꼽을 수 있으며 200여년에 걸쳐 완성된 피사의 사탑도 인간의 걸작 건축물 중 최고에 속한다. 지난 세기에서도 하늘로 치솟은 타워는 상당히 건립됐다. 밤낮으로 전망 좋은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타워, 도쿄타워, 시카고의 시어스타워,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둥팡밍주타, 나이아가라 폭포의 스카이론 타워, 타이페이의 101타워 등 등.
이러한 탑이나 타워들은 죄다 그 나름의 상징성을 띄고 있어 더욱 사람들의 관심과 사람을 받고 있다. 가장 아름답다느니, 가장 높다느니, 제작기간이 오래 걸렸다느니 등의 역사와 전통과 자부심 외에도 그 탑이나 타워만이 지니는 고유한 멋과 맛이 더욱 명성을 자아내고 더불어 그 상징성이 스토리텔링 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 유명세를 탄다. 우리나라에도 남산타워 등 이런 상징탑이나 타워가 여럿 있다.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요 교육자였던 카시러는 “인간은 상징의 동물”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땅위에서 가장 왕자처럼 당당하고 떳떳이 살아 갈 수 있는 것도 상징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 탓이라는 게 많은 문인 학자들의 견해다. 그래서 상징이라는 해석을 두고 오래 전부터 논의되며 세상의 모든 형상들도 그들대로의 상징세계를 지니며 인간과 공존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카시러의 이 한마디는 매우 상징성을 띈다 할 것이다.
대구의 뿌리 달성군에 새로운 명물인 상징물이 또 하나 탄생했다. ‘100년 타워’가 그것이다. 군청 앞 옛 금포수변공원을 ‘100년 달성 뿌리광장’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대구시를 형상화한 광장 가운데의 강림지 연못에 우뚝한 상징 조형물을 세운 것이다. 최근 저녁이면 ‘100년 타워’에 불이 켜지면서 이웃주민들이나 음악 동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새로운 여름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높이가 자그마치 26m. 디자인도 산뜻하다. 조형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면 ‘100년 타워’는 달성군의 군조인 두루미의 힘찬 날개짓이 미래를 향해 비상하는 상징으로 제작됐으며, 이를 하늘에서 바라보면 군화인 참꽃이 활짝 핀 모습이다. 그것은 대구테크노폴리스 등 첨단산업이 꽃피는 의미와 맥이 닿아있으며 손 모습은 9개 읍면의 화합으로 이미지화했다. 여기에 곡선 처리된 스테인리스 재질감이 주는 깔끔하고 상쾌한 감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의욕에 넘치게 한다.
최근 광복70주년을 지나면서 당국은 다시 문화융성의 기치를 내 세우고 있다. 그 속에는 거대한 기획도 당연히 있겠지만 서민들의 마음 속 까지 스미기에는 앞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차라리 지역민들에게는 ‘100년 타워’주변의 서민들 여름문화 같은 것이 되레 문화융성의 값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이 타워가 세워질 때 현수막을 주변에 내 걸었다. 인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내 건 것으로 보이는 이 현수막에는 ‘100년 타워’를 바롯한 ‘문화공간’을 마련해 준 김문오군수에게 감사드린다는 인사였다. 주민들 스스로가 ‘문화공간’이라는 용어를 현수막에 썼다는 게 획기적이다. 이런 것이 놀라운 문화융성의 초석이 아니고 무엇이랴.



칼럼니스트·달성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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