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한의 사통팔達] 꼬리

입력
[2015-07-02]

어두일미라고 물고기는 머리 쪽이 맛이 있다고 사람들은 곧잘 이야기 한다. 어두육미 혹은 어두봉미라는 말도 역시 물고기는 머리가 맛이 있고, 짐승고기는 꼬리가 맛이 좋다는 말이다. 이 또한 사람들의 개성에 따라 틀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바싹 구운 대구머리나 고등어머리를 맛있게 자시는 분들은 비교적 치아가 매우 건강한 편이다. 반면 꼬리 부분을 손으로 집고 맛있어 하는 분들도 그 나름의 미식적인 안목이 있음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꼬리라면 당연히 꼬리곰탕이 인기다. 맛도 맛이지만 예로부터 무엇보다 보신용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전통이 있고 유명한 꼬리곰탕 전문점은 점심시간에는 요즘 같은 찌는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번호표를 받아 줄을 서기도 한다.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맛과 영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니 가격이 비싼 것쯤이야 너끈히 견딜 수 있다는 게 꼬리곰탕 애호가들의 변명이다.
미국 뉴욕의 곰탕집 주인 이야기가 걸작이다. 뉴욕 곰탕은 우리와는 다르게 무슨 곰탕이든 가격이 같다. 도가니탕이든 꼬리곰탕이든 족탕이든 그냥 곰탕이든 값에 차별을 두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냥 곰탕보다는 앞에 이름이 붙으면 이름값 하는지 값이 더 비싸다. 그래서 뉴욕에 금방 온 여행객들은 그냥 곰탕보다는 꼬리나 도가니나 족탕을 주문하기 마련이라는 것. 곰탕집 주인장은 이런 곰탕을 주문하면 십중팔구 어저께 뉴욕에 온 분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고 우스개 삼아 한 말을 몇 해 전에 들은 적이 있다.
주인장은 덧붙이기를 그 중에서 꼬리곰탕이 단연 인기라는 것. 아마도 한국에서 꼬리곰탕이 가장 대중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예전 같으면 버리다시피 한 미국산 소 꼬리를 요즘은 값을 쳐 주어야 하며 멀지 않아 그 값이 꽤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만큼 소비가 늘기도 했지만 간혹 미국인들도 꼬리곰탕의 맛과 영양식으로서의 효험을 긍정하고 있는지 주문이 점점 느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동물에게 있어서 꼬리는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네발 달린 동물에게 꼬리는 운동수단으로서 방향을 잡거나 균형을 잡는 등 그 역할이 크다. 카멜레온 꼬리로 물건을 감아쥐기도 한다. 마치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호랑이나 치타 등 빠른 동물들은 먹이 사냥에서 꼬리가 마치 방향타 구실을 해 사냥 승률을 높이기도 한다. 다람쥐는 나무에 오를 때 꼬리가 방향을 정하는 듯 절대적이다. 호저는 힘센 동물들에게 약점을 보였을 때 꼬리를 방어수단으로 삼는다. 방울뱀은 꼬리가 상대에게 경고를 보내는 몸짓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애완동물로서 1순위인 개도 꼬리로서 많은 표현을 한다. 귀여움을 독차지하려 꼬리를 흔드는 폼에서 주인과의 교감이 이뤄진다. 상대를 겁주거나 할 때는 꼬리를 곧추 세우거나 돌돌 말아 컹컹 짖는 등 나름대로의 표현으로 자신의 강함을 보여주려 한다. 그렇지만 상대가 더 강하게 나오면 대부분 개들은 꼬리를 낮추며 눈치를 본다. 그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머리를 쓰다듬어 귀엽다고 하면 금새 꼬리를 흔들며 좋아라한다.
우리사회에서도 간혹 이런 광경들이 목격된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런 모습이 보일 때면 정말 실망스럽다. 철혈재상으로 불렸던 비스마르크도 “정치는 배울 수가 있는 학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는 기술이지, 각오가 없는 자는 멀찍이 있는 편이 낫다”며 꼬리를 낮추는 개 모양 눈치 보는 정치는 안 된다고 했다. “현대의 정치는 그 밑바닥을 볼 때 인간의 투쟁이 아니라 힘의 투쟁”이라는 애덤스의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칼럼니스트·달성문화재단 대표이사

푸른신문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