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한의 사통팔達] 메르스 상황

입력
[2015-06-18]

[김채한의 사통팔達] 메르스 상황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지금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비상사태라며 호들갑이지만 한 쪽에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호언장담이다. 그 간격이 너무 벌어져 있다. 그러나 벌어진 간격만큼이나 메르스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 심리도 자꾸 넓어지면서 수그러들지 않는다. 당국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되레 메르스 확진자가 늘고 사망자도 느는 추세다. 2차 감염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벌써 3차 감염이고 이러다 4차 감염도 어느새 닥칠지 모른다.

메르스에 관해서는 청정지역 이라든 대구도 어저께 확진자가 나오면서 할 말을 잃었다. 어처구니없는 한 50대 주민자치센터 공무원의 느림보 자가진단이 화를 부르고 키웠다. 그가 지나간 동선은 쑥대밭이 됐다. 동료들은 물론 만난 사람들은 격리되고 목욕탕은 소독중이다. 그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던 날. 인근 약국에는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지만 일찌감치 마스크는 동이 났다. 한 손님은 마치 TV 연속극에 보았던 창궐하는 전염병으로 망연자실하는 백성의 모습과 너무 흡사해 보는 이들이 민망할 정도였다. 마스크를 거머쥐지 못한 그는 “마스크도 살 수 없는 대한민국”이라며 총총걸음을 다른 곳으로 내디뎠다.

대구시민들의 스마트폰도 이날 일찍부터 바빠졌다. 하루 종일 카톡으로 메르스 상황을 퍼 나르고 실어 날랐다. 확진자와 격리자의 이름과 주소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어디서 입수된 정보인지도 알 수 없다. 개인의 정보들이 정보의 바다 위를 침몰선처럼 떠돌아 다녔다. 개인의 인권을 무시한 소름끼치는 정보들이다. 애꿎은 자녀들의 학교에도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것은 당연지사.

문화 예술이나 박람회를 비롯 지자체의 각종 행사 등 활동들도 기를 펴지 못한다. 일치감치 취소하거나 연기됐다. 투자를 많이 했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몇몇 굵직한 행사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행사 날짜는 다가오는데 메르스는 숙질 줄 모르니 난감하다. 어떤 행사는 용감한 주최측이 행사진행을 밀고 나갔지만 손님이 없다. 자칫 화를 겉잡을 수 없이 키울 이런 미련한 맹목적인 용감을 메르스는 결코 봐주는 법이 있을 리 없다.

당국과 의료진은 연일 철저한 감시와 격리와 통제를 부르짖지만 먹혀들지 않을 때가 많다. ‘낙타 체험을 하지 말라’는 넋 나간 지시에 ‘한국의 낙타는 중동 땅도 밟지 않았다. 메르스에는 모두 음성’이라는 화답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성실한 시민의식의 결여도 한 몫을 한다. 네 탓이냐에 앞서 내 탓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가져야 메르스를 이길 수 있다.

덩달아 난무하는 온갖 궤변들. 어떤 의사는 ‘국가가 뚫렸다’고 했다가 혼쭐이 났는지 곧 그 병원 병원장이 사과했다. SNS 나 페이스북에 널브러진 괴담들은 위기를 더 위기로 몰아넣는다. 이치에 닿지 않는, 현실성이 지극히 없는 터무니없는 말들이 우리를 곤혹스럽게 한다. 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 입을 통해 전파되면 어느새 진실에 가까워져 버린다. ‘전국책’에 나오는 ‘삼인성호(三人成虎)’ 이야기가 좋은 예다. 사람 셋이면 없는 범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에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감염 예방에 대한 주의가 더 없이 요구된다. 일부 초등하교에서는 두 시간마다 손 씻는 연습을 한다. 품귀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길을 걷는 시민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여전히 궤담이나 궤변들이 떠돌아다닌다. 모두가 움츠리고 시장은 울상이다. 서민들이 더 어렵다. 당국이나 의료진도 총력을 기울이겠지만 시민의식도 당연히 호흡을 맞춰야 한다. 모두가 힘든 시기다. 이것이 메르스 상황이다. 실제상황이다.

 



칼럼니스트·달성문화재단 대표이사

푸른신문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