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한의 사통팔達] 6월의 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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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4]

[김채한의 사통팔達] 6월의 밀밭요즘 보기도 드문 밀밭. 그 밀밭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몇 장이 복잡하고 어려운 오늘의 우리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원빈과 이나영의 결혼식. 신랑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의 한적한 시골. 가족들만 모여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니 이마저 감동적이다. 밀밭도 싱그럽지만 맑은 하늘은 또 얼마나 깨끗한가. 이를 배경으로 청순하고 아름다운 이 커플의 결혼식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저린다. 감동이 드문 요즘 세태에 국민청량제다.
솔직히 국민연금이 어떻게 개혁되고 있는지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당수 국민들은 그저 싸움질이나 해대며 시간을 끌더니만 합의를 한 것인지 하는 척 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합의를 해야 할 것이 얼마나 더 있는 것인지 영 찜찜한 구석만 남았는데도 시가지에 내 걸린 현수막에는 ‘연금개혁을 해냈다’며 자랑 일색이다. ‘세대 간 국민연금 도둑질’이라는 극한 용어들도 눈에 띄는 마당에 도무지 ‘국민연금’을 두고 우리들은 과연 아는 것이 무얼까.
중동호흡기증후군 즉 메르스도 그렇다. 짧은 기간 내에 벌써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끄럽게도 3차 감염 환자 까지 발생해 국가적인 망신까지 겹쳤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나 유치원이 휴업을 시작했으며 지자체는 행사를 취소하는 등 난리다. 당국은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거듭 밝히고 있지만 그 ‘최선’이 별로 효력이 없다. 국민들은 그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불안 해 한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기회다 싶은지 메르스를 두고 온갖 괴담들이 뜬다. 메르스의 확산방지에 총력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당국은 여전히 우왕좌왕하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평택시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당국의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탄저균 사고까지 겹쳐 주민들의 불안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곳 병원이나 약국, 마트 등지에서는 종업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한다니 가히 공포의 정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소비자 물가 지수가 제자리걸음이고 디플레가 본격화 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우리들 주위는 온통 어수선이다. 수출은 5년 내 최악이라는 보도와 함께 지금 서민들의 삶에 대한 체감은 엉망이다. 부실한 외국의 정유회사를 인수해 1조원대의 손실을 입힌 전 석유공사 사장의 강도 높은 검찰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할까. 강도 높은 조사로 국민들은 강도 높은 만족을 느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때 원빈과 이나영의 그림 같은 결혼소식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심지어 어떤 이는 가뭄 속의 단비 같다고 표현하는가하면 또 다른 어떤 이는 그래도 지금처럼 힘들 때 그만한 위안이 어디 있느냐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어저께 이승엽의 400호 홈런 기록마저 무산되면서 그들이 청순한 결혼 모습들은 국민들의 가슴에 포근한 안식을 주는 것 같아 더 아름다웠다.
누가 우리 사는 삶이 희극이라고 했을까. 시인 바이런은 “죽음으로써 모든 비극은 끝나고, 결혼으로써 모든 희극은 끝난다”고 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들의 결혼식이 사진 몇 장으로 알려지면서 메르스의 공포나 연금의 불만이 아름다운 결말이 나도록 되었으면 좋겠다. 톨스토이가 말했지. “사람은 생활에 취해 있을 동안 살아 갈 수 있다”고. 이 모든 불편한 것들을 생활로 받아들이며 우리 모두 다같이 6월의 밀밭을 거닐어 보면 어떨까.



칼럼니스트·달성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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