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정취...육신사에 가을이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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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9]

태고정·연못·돌계단 등 소박한 정경

뜨겁던 여름을 뒤로 찾아 오는 자연의 노화. 이 가을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육신사로 떠나보자. 성주방면 국도는 아직 추수가 끝나지 않은 누런 들판이 출렁이고 길 옆 조금씩 자리를 내준 갈대밭들이 황량한 겨울로 접어들기 전 가을을 만끽하게 해준다.
사육신의 혼령이 잠들기에 부족하지 않은 아늑하고 조용한 기운이 감도는 육신사. 대문을 들어서면 푹신하게 깔린 잔디가 시야를 한 눈에 사로잡는다. 왼편에 자리 잡은 작은 연못. 연꽃이 진 빈자리엔 파리한 모습의 이파리들이 수면에 실려있다.
촘촘히 놓여진 돌층계를 올라가면 태고정과 성인문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잘 정돈된 건물의 경관에서 수 백년 세월동안 조상의 충절을 흠모해온 박팽년후손의 정성을 엿 볼 수 있다. 왼쪽 계단을 오르면 사육신의 업적을 기록한 비석이 나온다. 그 옆 층계를 따라 위치한 계단식 담장은 육신사를 더더욱 소담스럽게 꾸며준다.
육신사를 둘러본 가을은 단아하고 소박한 모습에 더 넉넉해진다. 무심히 지는 단풍이 얄밉다면 이 가을이 가기전 문 밖을 나서 보자. 가을의 정취는 멀리 있지 않다.


정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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