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 나오는 동화 속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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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1]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루미나리에공주님 나오는 동화 속으로의 초대
빛이 조각, 빛의 예술이라 불리는 루미나리에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설치돼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연인과 추억의 한 컷을 남기려 나온 젊은이들,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기록해 두려는 부모들, 사진 애호가들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루미나리에는 16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왕국에서 왕비의 행차를 기념하기 위한 장식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요즘은 색깔과 크기가 다른 전기조명을 이용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3차원 빛의 축제로 발전했다. 공주님 나오는 동화 속으로의 초대
일본에서는 지난 1995년 발생한 고베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고베 시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그해 12월 고베루미나리에가 처음으로 개최됐다. 화려한 대규모 축제로 고베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3년 부천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해 부천 상동호수공원에서 열린 부천루미나리에가 처음이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9월 신천변에서 화려한 루미나리에 축제가 열렸다.
국채보상공원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루미나리에는 규모는 작지만 공원 조경과 어울려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마치 어린 시절 읽은,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서양 동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전구가 발명된 것은 1879년이지만,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마을이 많았고,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네온사인이 전면 금지됐었다. 어둠을 밝히는 용도로 주로 쓰이던 전구가 이젠 사람들에게 특별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문화적인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또 도심 가로수나 대형건물 앞 조경수는 꼬마전구들을 감고 밤을 밝히고 있다. 화려한 조명이 연말연시 축제 분위기를 더욱 북돋우고 있지만, 어두운 곳에서 한숨짓는 이웃이 없는지 한번 둘러보는 게 어떨는지. 꼬마전구를 둘둘 감고 서있는 겨울나무는 우리를 꿈속으로 인도하지만, 긴 겨울 동안 나무의 꿈자리는 뒤숭숭하지 않을까.  

김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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