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_木曜斷想] 코로나 이후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었다.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 고강도 거리두기를 계속하기 어려우므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게 되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타율적 거리두기에서 자율적 거리두기로 바뀌는 셈이다. 언제까지 갈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비대면 생활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특히 대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아직 안심하고 전환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생활 속 거리두기’를 더 철저하게 이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생활이 계속되면서 사회, 문화 뿐 아니라 삶의 방식 등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겨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러한 변화에 지혜롭게 대응하고 함께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달리 사재기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원인을 온라인 쇼핑과 배달문화에서 찾았듯이 앞으로 배달문화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구매도 많이 생겨날 것이고 마트에서도 고객이 직접 계산하는 시스템으로 많이 바뀌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의 강의나 공연도 이전보다 발전된 형태로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도 했지만 업무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상하관계가 주를 이루는 전통적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성과를 우선하는 개인 위주의 근무방식이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전에도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근무형태나 조직문화가 벤처기업 등에서 존재해 왔다. 기본적으로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생산직 또는 일용직 노동자의 입장 등 고려해야 할 요소도 적지 않으므로 모든 근무형태가 갑자기 변하지는 않겠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조금씩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사회초년생인 2,30대와 달리 전통적 근무형태에 익숙해져 있는 4,50대는 상대적으로 변화에 둔감할 것이고 오히려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므로 직급 간의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경험에서 비롯된 가치관의 차이나 정치적 성향의 차이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인 데다가 이러한 갈등 요인이 추가된다면 국가발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의 등교 개학도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짝꿍과도 멀리 떨어져 앉아야 되고 즐거워야 할 급식시간에도 말을 하면 안 된다. 달라지는 학교생활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해서도 염려가 된다.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를 극복하는 우리에게 찬사를 보냈듯이 코로나 이후 우리의 대응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우리가 선진 국민이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코로나 이후도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 헌신과 절제만 강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배려와 양보, 그리고 ‘덕분에 챌린지’와 같은 감사의 문화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는 결국 몸은 거리를 두되 마음은 더욱 가깝게 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