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인연은 상호작용

어느 날 부처님이 제자와 함께 길을 걷다가 길에 떨어져 있는 종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제자를 시켜 그 종이를 주워오도록 한 다음, “그것은 어떤 종이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제자는 대답했습니다. “이것은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 남아 있는 향기를 보아 알 수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제자의 말을 들은 부처님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를 걸어가자 이번엔 길가에 새끼줄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부처님은 제자를 시켜 새끼줄을 주워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는 전과 같이 “그것은 어떤 새끼줄이냐?”고 물으셨습니다. 제자가 다시 대답했습니다. “이것은 생선을 묶었던 줄입니다. 비린내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제자에게 말했습니다. “사람도 이와 같이 원래는 깨끗하였지만 살면서 만나는 인연에 따라 죄와 복을 부르는 것이다. 어진 이를 가까이 하면 곧 도덕과 의리가 높아가지만 어리석은 이를 친구로 하면 곧 재앙과 죄가 찾아 들게 마련이다. 종이는 향을 가까이해서 향기가 나는 것이고, 새끼줄은 생선을 만나 비린내가 나는 것이다. 사람도 이처럼 자기가 만나는 사람에 의해 물들어 가는 것이다.”
사람이 산다고 하는 것은 사람을 만나며 사는 것입니다. 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좌우됩니다. 어떤 사람은 만나는 사람 때문에 인생이 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만나는 사람 때문에 추락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남을 탓할 일이 아니라 자신을 탓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가려 사귀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와는 결이 좀 다르겠지만 ‘모든 인연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연은 상대방의 귀천에 관계없이 모두 소중하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갖고 상대를 평가해서 만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번, 두 번 만나면서 서로에 대한 느낌이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서 어떤 인연으로 될 것인가가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관계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좋은 인연만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별의 별 사람을 다 만나는데, 때로는 악연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악연으로 인하여 내가 오히려 단련되고 강해지기도 하는 경우가 있으니, 인생 그리고 인연 또한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합니다. 결국 인연은 상호작용입니다. 그 반(半)은 나의 몫인 것입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