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답게’ 살기

태양이 저무는 어느 시간, 그림자가 실제보다 훨씬 길게 드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늑대는 어느 날 긴 그림자를 보고는 ‘내가 언제 이렇게 커 버렸지?’라고 생각하고 어깨가 으쓱했다. 그림자 크기가 사자의 두 세배는 되어 보였다. ‘우뚝 솟은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 강인한 다리 그리고 영특한 두뇌와 빠른 몸놀림, 사자보다 부족한 것은 크기뿐이었는데 이제 이렇게 컸으니 그깟 사자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 앞에 한 마리의 사자가 어슬렁거리며 오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도망을 쳤을 상황인데 늑대는 오히려 사자를 피하지 않았다. 늑대가 오는 것을 본 사자는 더 빠른 속도로 달려와 앞발로 늑대를 후려치고 목을 물어 단숨에 숨통을 끊어 버렸다. 잘못된 자만심으로 명을 재촉한 늑대는 후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큰 업적을 이루는 경우가 있다. 상사로부터 칭찬을 받고 동료와 후배로부터 부러움을 받는다. 자기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임원이나 팀장이 직속 상사보다 자기를 더욱 인정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경우도 있다. 일 잘하고 인정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자부심이 과해 자만심으로 빠지는 것이다. 임원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으면 팀장이 만만해 보인다. 팀장에게 칭찬을 받으면 동료들 앞에서 우쭐한 마음이 든다. 자만심을 가지게 되면 상대방이 작아 보이게 마련이다.
임원과 팀장 사이가 일시적으로 나빠졌을 때 임원은 팀장 직속 과장을 불러 업무 보고를 받는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팀장 욕을 한다. 그리고 과장을 격려하고 친근한 태도를 보인다. 임원이 팀장보다 자기를 더 좋아하고 신뢰한다고 착각한 과장은 팀장 험담을 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임원과 팀장이 좋은 사이로 돌아왔다. 임원과 팀장이 따로 만나 팀장에게 ‘과장 그놈 믿을 놈이 못 된다’며 과장이 팀장을 험담했던 얘기를 한다. 결국 과장은 임원에게도, 팀장에게도 ‘나쁜 사람’으로 각인된다.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조직에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중심을 잡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기 위치나 신분에 맞도록 ‘답게’하는 것이다. 과장은 과장답게, 팀장은 팀장답게, 임원은 임원답게…
이를 벗어나게 되면 그야말로 ‘꼴불견’이 된다. 적어도 잘못된 자만심으로 명을 재촉한 늑대 꼴은 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