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정중지와(井中之蛙)

어느 날 황하의 신 하백(河伯)이 가을 물이 불어나서 끝없이 펼쳐진 황하를 보고 세상의 아름다운 것이 모두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해 매우 흡족해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살던 황하의 신 하백은 어느 날 동쪽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동쪽 바다에 도착한 하백은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의 모습을 보고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습니다. 세상에 자신이 가장 크고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자기보다 더한 바다의 모습을 보고 경악한 것입니다.
그는 바다를 다스리는 신 약(若)에게 자신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반성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 앞에 와서 직접 당신의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아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나고 멋있다고 생각했을 것이오. 정말 그동안 나의 좁은 소견이 부끄럽소. 당신을 못 만났다면 영원히 남의 웃음거리가 될 뻔했습니다.”
그러자 약은 하백에게 이렇게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첫째,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대하여 설명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개구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한여름만 살다 가는 곤충에게는 찬 얼음에 대하여 설명해 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곤충은 자신이 사는 여름이라는 시간만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편협한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도(道)의 세계를 설명해 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인간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편협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편협한 사람을 일컫는 고사성어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정중지와(井中之蛙, 우물 안 개구리). 엄밀히 해석하면 이는 공간적으로 편협한 경우를 말합니다. 자기가 처한 이 공간이 모든 세상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는 경우입니다. 한편 여름 벌레가 얼음을 알지 못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편협한 경우를 말합니다.
둘째, 촉견폐일(蜀犬吠日, 촉나라 개가 해를 보고 짖다). 삼국지 유비의 땅 촉나라, 이곳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오지였습니다. 비가 자주 오고 구름과 안개(雲霧)가 많이 끼여 좀처럼 해를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곳에 사는 개는 어쩌다 해가 나오는 날에는 해를 보고 짖기만 합니다.
셋째, 월견폐설(越犬吠雪, 월나라 개가 눈을 보고 짖는다). 중국 월나라는 따뜻한 남쪽지방이어서 눈이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개들은 어쩌다 눈을 보게 되면 계속 짖는다고 합니다.
넷째, 요동시(遼東豕, 중국 요동지방의 돼지). 요동 지방에 한 농부가 어느 날 흰 돼지 새끼를 보고 너무나 신기해서 왕에게 바치려고 하동(河東)을 갔습니다. 하지만 그곳 돼지들이 모두 흰 것을 보고 부끄러워 되돌아왔다고 합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