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자기만의 전문성

‘전문성’과 관련하여 정호승 시인의 수필집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해냄, 2014)의 내용을 인용하여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사다리’에는 사전적 의미 외에도 노력의 사다리, 기회의 사다리, 출세의 사다리 등 성공과 관련된 여러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래서 누가 ‘사다리를 탔다’고 할 때 그 사다리는 그의 정당한 능력보다는 외부적 요인이 더 작용했다는 부정적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그러나 사다리에 전문성이라는 수식어를 더한 ‘전문성의 사다리’는 또 다라는 의미를 갖게 한다. 즉 나만의 사다리, 자기만의 전문성을 가져야만 스스로의 힘으로 현실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독일 속담에 ‘여덟 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은 식구 한 사람을 구원하지 못하고, 한 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은 여덟 식구를 보살핀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내가 잘 하는 한 가지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러한 일치는 자기만의 전문성을 가짐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지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사다리를 가지고 그 사다리를 통해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런 전문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목표가 먼저 확보돼야 한다.
한 농부가 아들을 데리고 밭에 나가 밭갈이를 했다. 오전 내내 농부가 쟁기를 잡고 소를 몰아 갈아놓은 밭고랑은 똑바른 것이 보기에 아주 좋았다. 그러나 아들이 소를 몰고 갈아 놓은 밭고랑은 그렇지 않았다. 아들은 아버지처럼 밭을 갈고 싶었다. “아버지, 저도 아버지처럼 밭고랑을 똑바르게 갈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요?”, “밭을 갈 때는 먼저 목표를 정하고 소를 몰아야 한다.” 아들은 아버지 말씀을 귀담아 듣고 다시 쟁기를 잡았다. 그런데 막상 목표를 정하려고 하자 눈앞에는 황소의 등과 큰 뿔만 보였다. 아들은 뿔을 목표로 정하고 소를 몰았다. 이번에도 밭고랑이 삐뚤빼뚤 어지럽게 갈렸다. 그러지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다. “움직이는 소뿔은 목표가 될 수 없다. 언덕 위에 서 있는 저 미루나무를 목표로 해라.”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그대로 따랐다. 그제야 밭고랑은 제대로 똑바르게 갈렸다.
자기만의 전문성은 농부의 아들이 바라본 소뿔처럼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루나무처럼 멀리 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농부의 아들처럼 목표를 향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밭을 갈면 된다. 그것만이 자기의 전문성을 지닐 수 있는 지름길이다. ‘황소걸음으로 뚜벅뚜벅’이라는 속담처럼 황소걸음으로 천천히 앞을 향해 걸어가면 자기만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