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대화

“자네 00사이트에 들어가 봤나? 거기에 들어가면 굉장히 유익한 정보들이 많다고, 어떻게 들어 가나면……” “요즈음에는 인터넷을 잘 이용해야 성공한다고, 벤처기업들 잘 나가는 거봐. 그 회사들이 괜히 돈을 벌겠어. 볼 만한 것을 제공하고 말야……”
이 대리는 아무리 얘기해도 지치지 않는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잘 알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는 정보를 누군가에게 알려 주거나 가르쳐 주는 일이 재미있다.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우월감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다. 이 대리의 동료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조금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처음에는 호기심을 가지고 들었다. 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짜증이 나고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이 대리는 자신의 흥에 빠져 도무지 듣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전문 용어까지 섞어서 설명하면 듣는 사람은 이 대리가 많이 알고 있다는 것 외에는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다. 괜히 “그게 뭔데?”라고 한마디 했다가 자신의 무지기 드러나는 것도 두렵지만, 그에 대한 이 대리의 반응이 더 걱정스럽다. 아마도 이 대리는 그 전문 용어에 대해 또다시 길고 긴 연설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이 대화는 무의미해지고 만다. 대화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毒舌(독설)이 되어 버린다. 굉장히 유익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의 관심 밖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때문이다.
대화의 주목적은 커뮤니케이션 이다. 즉,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 대화하는 것이므로 공동의 화제가 있어야만 원활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의 경우에는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서로 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대답도 하게 된다. “혹시 운동하세요?”, “예, 테니스 좀 하고 있는데요.”
“아, 저도 테니스 하는데, 주로 어디에서 하세요?” 이야기가 이쯤 되면 초면이라도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의 화제를 찾지 못하고 각자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면 그것은 이미 대화가 아니라 청중이 하나도 없는 공허한 독백에 지나지 않는다. 대화는 상대방이 즐겁게 받아들일 만한 화제로 끌고 나가야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이 된다. 물론 혼자서 일방적으로 말을 하게 될 수 도 있다. 이 경우는 상대방의 기호에 맞춘 화제일 때만 가능하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화제를 다르게 준비하자. 만물박사가 될 없지만 상대방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준비하다 보면 많은 상식을 쌓을 수 있어 자신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된다. 서로 즐겁게 공감할 수 있는 화제를 찾아낸다면 두 사람의 관계도 그만큼 발전적일 수 있을 것이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