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깨어지기 쉬운 것

어느 날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네덜란드 출신의 프랑스 화가)가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한 사람이 물건을 포장하는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사람의 가슴에는 포장용 천으로 사용했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었는데 바로 천에 새겨진 글자 때문이었다. “Breakable”(잘 깨짐). 그 문구를 보고 고흐는 자신의 무릎을 쳤다. “아하, 사람은 깨지기 쉬운 존재이구나.”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앞을 지나쳐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다시 보았는데 그의 등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Be Careful” (취급주의). 고흐는 등에 새겨진 글을 보고 다시 한 번 무릎을 쳤다. “맞아, 사람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거야.”
우리 주위에서 가장 잘 깨지기 쉬운 것은 유리병이다. 유리병은 쉽게 깨지고 한 번 깨지면 못 쓰게 된다. 그리고 깨진 조각은 사람을 다치게도 한다. 그러나 이 유리병보다 약한 것도 있는데 그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온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깨지고 서운한 말 한마디에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상처 입은 마음은 깨진 유리 조각처럼 쉽게 깨지고 상처를 입는다. 특별히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절대 깨지지 않는 관계란 없다. 모든 관계는 특별한 보호를 통해 관리될 때만 지속될 수 있다.
아름다운 관계는 관심과 배려에 의해 만들어지고, 부드러운 관계는 부드러운 미소를 통해 만들어지며, 좋은 관계는 좋은 것들이 투자되어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문제는 대부분 깨진 관계로 인해 생기는 것들이다. 개인적인 문제도 사회적인 문제도 관계 형성의 실패로 인해 생겨난다. 관계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적당한 온도와 관심, 각자의 개성에 어울리는 대접을 통해 성숙하게 된다. 한 번 놓치면 떨어져서 깨지는 유리병처럼 조심하지 않으면 쉬이 깨지는 것이 사람의 관계이다.

Breakable (잘 깨짐)
Be Careful( 취급 주의)
잊지 마세요.
관계는 잘 깨집니다.
조심하세요.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