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국수] 국수라고 다 같은 국수가 아니다.


성서농협 본점 뒤편으로 노포 분위기 물씬 풍기며 나름의 자부심을 가진 국숫집이 몇몇 눈에 띈다. 그중 2009년 개업하여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이화국수를 소개한다.
성서산업단지와 인근하여 공단에서 오는 고정 고객들이 많은 편이며, 맛집으로 소문나다 보니 점심시간대에 손님들로 북적인다. 평소에는 오후 7시까지 가게를 운영하지만 잔치국수 수요가 특히나 많은 여름철에는 육수가 동이 나 일찍 문 닫는 경우도 허다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이 정겹게 맞이하고, 주방 한편에 가게의 신념이 담긴 큼지막한 문구가 눈길을 끈다. 많이 드실 분은 미리 “곱빼기”라고 외치면 추가 부담 없이 한 냄비 가득 먹을 수 있다는 내용에서 청양고추 선택하는 방법과 셀프 바 이용하는 방법까지 고객을 대하는 세세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주차 공간이 많이 부족하여 주변을 몇 번이나 맴돌아야 하는 수고로움은 멸치육수 본연의 맛과 고소한 참기름 향이 충분히 보상해 주고도 남음이 있다. 설령 양이 많은 곱빼기를 시키더라도 풍성하고 진한 육수가 면발을 꽉 잡아 주기 때문에 전혀 부대낌이 없다. 국수하면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음식점이 아닐까 한다. 새콤달콤한 비빔국수와 계절 메뉴인 칼국수나 콩국도 괜찮고, 잔치국수에 잘 어울리는 부추전은 사이드 메뉴로 손색이 없다.
잔치국수 하면 으레 시원한 국물에 청양고추가 일품이라 여름철 음식으로 제격이다 보니 아무래도 요즘은 손님이 적은 편이라고 하신다. 사모님이 주방을 맡고 있지만 원가 상승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에 500~1,000원 정도 인상하여 주메뉴인 잔치국수는 4,500원에 판매를 하고 있으나 여전히 착한 가격임에 틀림없다.
코로나로 인한 묵식( 食) 문화나 쌈장에 고추를 찍어 먹어도 상대편이 닿지 않는 부위를 비켜가야 하는 수고로움으로 가득한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를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국수하고 국시하고 차이가 뭔지 아나?”
“뭔데”?
“밀가루로 만들면 국수고 밀가리로 만들면 국시다!”

이렇게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깔깔대며 먹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길 바라며 문을 나섰다.

정일 기자

☞ 대구 달서구 달구벌대로 26길 33 이화국수 / ☎ 053-588-6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