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철강 왕’ 박 태준

포항제철 신화를 일군 ‘철광 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2011년 폐질환으로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각계각층의 조문객이 무려 8만 7,000여 명에 이르렀으며 아무런 연고도 없이 무작정 찾아온 시민들이 ‘우리 같은 사람이 와도 되는 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절 한 번 드리고 싶어 왔다.’며 그 행렬을 이었다고 한다. 이 마음이 국민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미약한 산업 기반과 기술 자립을 이루지 못했던 1970년대, 포항제철에서 ‘산업의 쌀‘인 철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면 오늘날 자동차 강국이나 조선 강국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력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도 이뤄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보면 우리 국민 중 직간접적으로 박 명예회장의 혜택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분명한 것은 그는 한국을 창업하는데 크게 기여했고 국민의 삶을 향상시켰으며 한국 사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국민적 영웅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적을 만든 원천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박 명예회장은 육사 6기로 임관 후 6·25전쟁에 참전해 생사의 갈림길 속에 5개의 무공훈장을 받았으며 이때 철저한 군인의 기(氣)와 혼(魂)을 새기고 육군 소장으로 전역했다. 그는 또한 군 생활을 통해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에’라는 좌우명을 갖게 되었다. 1992년 광양제철 준공식 다음날 서울 동작동 현충원의 박정희 대통령 묘소를 찾아가 “각하의 명을 받은 지 25년 만에 포항 제철 건설의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보고한 후 스스로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일화일 것이다.
그에게 포항 제철은 단순한 기업 하나를 세우는 게 아니라 5,000년 동안 쌓인 우리 민족의 체념과 패배 의식을 불식시키는 역사였다. 그는 포항 제철 건설 현장에서 ‘나는 사장이 아니라 전쟁터 소대장이다. 전쟁터 소대장에게는 인격이 없다.’며 임무 완수에 열정을 쏟아 부었고 마침내 누구도 실현 가능성을 믿지 못했던 세계적인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의 곁에서 50년을 함께한 동료이자 부하였던 황 경로 전 포스코 회장은 “속정 깊은 청렴 리더십, 따를 수밖에 없는 분이었으며, 한편으로는 정이 많고 인간적인 분”이었다고 말했다.
박 명에 회장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그에게는 투철하고 완벽한 군인 정신이 있었다. 박 명예 회장은 항상 뒤에 물러서 있기보다 누구보다 먼저 작업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고 솔선수범했으며 부여 받은 임무는 기필코 완수해냈다. 다음은, 그에게는 확고한 진성(眞性) 리더십이 있었다. 그의 리더십의 골간은 진실된 품성과 인간성, 정직과 청렴성, 도덕성, 신뢰와 책임감 그리고 창의력에 기반을 두었으며 그러한 것들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누구보다 절실하고 진정한 애국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평생을 나라를 위하는 일,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일에 바쳤다.
시대는 다를지언정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그와 같은 헌신과 열정과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많이 나오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