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CEO 질병

GE의 회장을 지낸 젝 웰치는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회장으로 있었던 20년 동안 GE는 연평균 24%씩 성장했습니다. 젝 웰치는 TV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내가 가장 마지막에 알게 되는 사람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의사 결정을 내린 것은 큰 잘못입니다.” 젝 웰치 뿐만 아니라 많은 최고경영자들은 “실제로 회사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고백한다고 합니다. 구성원들이 중요한(대체로 불편한) 정보를 감춤으로써 리더 주위에 생기는 정보 공백을 ‘CEO 질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나름대로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 부하 직원들은 상사에게 본능적으로 방어적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하겠습니다. 둘째, 좋은 정보는 잘 올라가는데 나쁜 정보는 제대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올라가더라도 왜곡되어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정보의 필터링(filterling)현상입니다. 올라가는 보고는 엄청나게 많을지 몰라도 정작 쓸모 있는 정보는 적습니다. 나쁜 정보를 윤색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부하 직원들의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직원들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고 그리고 CEO들은 보고서를 읽느라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CEO입장에서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필터링과 CEO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완전한 해결책은 없지만 위에서 언급한 원인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보면 될 것 같습니다.
첫째, CEO는 부하 직원이 방어적으로 일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에게 공격적이거나 책임 소재만 따지거나 부하의 기를 죽이는 업무 스타일의 CEO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정보의 필터링을 없애기 위해 CEO는 좋은 보고든 나쁜 보고든 성실하게 들어야 합니다. 좋은 보고는 칭찬해 주고 나쁜 보고에는 함께 문제를 찾고자 하는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셋째, CEO는 “내가 다 결정한다. 나만 똑똑하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CEO는 조만간 조직 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헛똑똑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넷째, 리더가 “내가 모든 것을 잘 알고 있고 내 판단이 제일이다.”라고 생각할 경우 부하 직원들은 “그렇다면 똑똑한 네가 잘해 봐라.”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조직이 크고 복잡해질수록 리더는 겸손해야 합니다. “이 분야는 당신이 전문가이니 내겐 당신의 의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라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다섯째, 조직 밑바닥의 정보를 제대로 알기 위해 친한 후배 등과 같은 비선 조직을 활용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납니다. 단기간엔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정보가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 비선 조직 자체가 정보를 필터링하게 되고 비선 조직이 세력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학연, 지연, 근무연 등 사조직과 비선 조직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경영학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CEO는 부하 직원들과 취미 활동도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된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