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실수 인정

‘앗’하는 순간에 이 대리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고 그와 동시에 상사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지고 있다. 상사는 곧 이 대리를 쳐다보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당황한 이 대리는 상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 수많은 말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떠오르지만 정작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실수 뒤에 나오는 말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더불어 인격까지 드러난다. 주변 사람들은 이 대리가 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보고 그를 판단할 것이다.
처칠이 수상과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던 때의 일이다. 북아프리카의 군사 작전이 계속해서 난항을 겪고 있던 중 하원에서는 그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출되었다. 소명에 나선 처칠은 한 의원으로부터 당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던 ‘처칠 탱크’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되었다. 처칠은 이렇게 대답했다. “A-22라는 탱크는 처음 생산 되었을 때 무수한 결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처칠 탱크’라고 부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결함이 고쳐졌고 나는 이 탱크가 머지않아 매우 강력하고 유용한 무기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그의 답변이 있은 뒤 의사당에서는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그리고 불신임안은 결국 큰 표차이로 부결되었다. 처칠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하려 들었다면 의원들은 더 강하게 문책했을 것이다. 그들은 처칠이 변명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에 따른 다음 질문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변명은 화를 부추기고 사과의 말은 흥분을 가라앉힌다. 상대방이 화를 내는 것은 실수 자체 때문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사가 직원의 실수를 이렇게 책망하고 있다. “일을 이렇게 처리하면 어떻게 해? 자네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 들었는지 알아?”, “정말 죄송합니다. 당장 쥐구멍을 찾아보겠습니다.”, “뭐?”, “전 쥐구멍에 들어가도 할 말이 없습니다.” 상사는 그 한마디에 직원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료 사이에서는 더 가볍게 말 할 수 있다. “일을 이렇게 하면 곤란하지.”라고 말하는 동료에게 진심어린 표정으로 “앗, 나의 실수가 여기 있었네. 한참 찾아 다녔는데. 찾아줘서 고맙네. 내가 밥 살게.”라며 머리를 긁적거린다면 그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것이다.
실수에 연연하지 말자. 그것은 엎질러진 물이다. 실수 앞에서 당황하며 우물쭈물한다면 나중에 더 큰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지난 실수를 하나하나 따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는 않는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