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갈등 풀기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저마다 성격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재부 김 부장에게 고민이 있다. 같은 부서에 있는 최 과장과 이 과장이 항상 의견 충돌을 하면서 서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중간에서 여간 불편하지 않다.
조선 세조 때의 일이다. 세조는 어느 날 구치관이라는 사람을 새로운 정승으로 임명하였다. 그런데 구치관은 전임자였던 신숙주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그것을 눈치 챈 세조는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의 갈등을 풀기 위해 고민을 하던 중 하루는 그들을 어전으로 불렀다.
그리고 임금의 물음에 틀린 대답을 한 사람에게 罰酒(벌주)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세조는 우선 “신 정승”하고 불렀다. 신숙주가 대답했다. “예, 전하.” “내가 언제 申(신)정승을 불렀소? 新(신)정승을 불렀지. 자, 벌주를 드시오.” 신숙주는 벌주를 한 잔 쭉 들이켰다. 이번에는 세조가 구 정승하고 불렀다. 구치관이 대답했다. “예, 전하.”, “허허, 난 具(구)정승을 부른 게 아니오, 舊(구)정승을 부른 거지. 자, 벌주를 드시오.” 이렇게 해서 구치관은 벌주를 마셨다. 이번에는 세조가 “신 정승”하고 불렀다. 이번에는 구치관이 대답했다. “예, 전하.” “허허, 또 틀렸군. 이번에 新(신)정승이 아니라 申(신)정승을 부른 것이오. 또 벌주를 드셔야겠소.” 세조는 이런 식으로 두 정승에게 계속해서 벌주를 주었다. 결국 두 사람은 잔뜩 취해서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 놓게 되었다.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세조가 아랫사람들의 갈등을 풀어주기 위해 묘책을 생각해 낸 것이다. 결국 세조의 의도대로 두 정승은 서로 간의 응어리를 풀고 돈독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자재부의 김 부장도 과장들에게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그것이 사적인 자리든 공적인 자리든 김 부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 때 그들의 갈등은 쉽게 풀릴 수 있다.
갈등은 분명 사람들 사이를 불편하게 하지만 일단 풀리고 나면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힘이 있다. 재치 있는 말로 갈등에 쌓인 사람들의 서먹한 대화를 부드럽게 풀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리더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