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포용

직장 생활은 흔히 톱니바퀴로 표현되곤 한다. 얼마나 팀워크가 좋으냐에 따라 업무 성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늘 대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자기의 감정대로만 말할 것이 아니라 조금 언짢은 일이 있더라도 서로서로 배려해 주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이다.
지방으로 파견나간 김 대리는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집들이를 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동료들은 일을 마치고 작업복을 갈아입은 후 집들이에 참석했다. 그런데 한 동료는 급한 일 때문에 미처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작업복 차림으로 오게 되었다. 그 동료는 김 대리의 아내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사모님, 작업복 차림으로 와서 죄송합니다.” 그 말에 김 대리의 아내는 방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나, 작업복도 멋있는데요. 원래 옷걸이가 좋으셔서 그런가 봐요.” 작업복 차림으로 온 동료는 김 대리 아내의 상냥한 말 한마디에 편안한 마음으로 집들이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만약 그녀가 “괜찮아요.”라고 짧게 대답하고 말을 했다면 그 사람은 집들이하는 동안 내내 자신의 작업복에 신경 쓰느라 제대로 어울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괜찮아요.”라는 말은 의례적인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의례적인 말은 결코 감동을 줄 수 없다. 상대방에게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기보다는 그저 허공을 떠다니는 말이 되고 만다.
반면에 이 과장은 오늘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뭐야? 이 서류 아직도 안 된 거야?” 부하 직원이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아직까지 끝내지 못했습니다.”, “오늘까지 끝내야 한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말 했어? 야근이라도 해서 끝내.” 이 과장은 자신의 지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로 부하 직원을 다그치고 말았다. 부하 직원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는 있지만 이 과장의 질책에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급한 거라면 미리 준비해야지, 왜 이제 와서 나만 달달 볶는 거야.”라는 변명과 원망이 머릿속에 가득 차 야근을 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만일 이 과장이 “이 서류들 정말 급한 거야. 내가 늦게 지시해서 미안하네만 가능하면 오늘까지 끝내주지 않겠나? 내일 아침 일찍 필요한 서류라서 말이야. 자네만 믿겠네.”라고 말한다면 부하 직원은 기꺼이 작업을 할 것이다. 상사가 자기를 믿는다고 말하면 굳이 야근하라고 하지 않아도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늦게까지 남아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말은 상대방에게 큰 힘이 된다. 특히 직장생활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느냐가 자신의 미래를 좌우한다. 상대방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의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고 그것은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