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단순화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될 정도입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모든 것이 단순, 심플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까요.
어디든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조직 생활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복잡화 추세는 西洋(서양)과 東西(동서)를 막론하고, 민간기업과 정부 조직이건 간에 보편적 현상입니다. 부문을 막론하고 대규모 조직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결재의 다단계화, 너무 많은 회의, 수많은 보고서, 조직의 비대화와 세분화, 수많은 종류의 제품, 수십 가지에 이르는 문서 양식, 습관적으로 받아보는 메모 보고 등이 그것입니다.
기업들의 화두는 ‘단순화 (Simplification)’입니다. 복잡성은 조직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아편과도 같은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조직이 복잡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GE의 제프리 이엘트 회장은 경영 목표의 하나로 ‘단순화’를 강조했습니다. 현대카드(주)는 업무량을 15% 줄이는 것을 경영 목표로 정하기도 하였습니다.
단순화는 중요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보다 중요한 일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단순화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대표 상품 중의 하나는 ‘복잡성 관리(Complexity management)’라고 합니다. 기업이 스스로 단순화하지 못하니 외부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스스로 다이어트를 하지 못하니까 외부의 힘을 빌어 경제적으로 체중 감량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조직의 복잡도를 줄이기 위하여 회의 줄이기, 문서 줄이기, 결재 단계 축소 등의 방법을 사용하지만 일시적 개선은 가능할지 몰라도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조직의 문화를 바꾸어야 합니다. 잘 나가는 세계적 기업들의 제품은 단순합니다. 단순한 제품이어야 히트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러한 제품의 단순화는 디자인 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철학과 조직 문화까지 바뀌어야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단순화를 위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조직 감축입니다. 삼성전자는 서울 강남 본사 인원의 15%를 현장으로 보낸 적도 있습니다. 본사의 철학을 말단 부서까지 전파시키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엄청나게 큰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이 빠르고 실천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조직이론에 보면 조직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모든 조직은 생존과 성장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감축된 조직은 언젠가는 다시 확대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학이나 경영학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조직은 감축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없애버려야 한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