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작은 관심

인사말은 너무나 흔하게 하는 말이어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특별한 친분이 없는 사람들에게 인사할 때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의례적인 말로 그친다. 그러나 친한 사람을 만나면 잠시 멈춰 서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상대방에게 반가움을 표시한다. 친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인사말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이 부장은 일 처리에서 굉장히 깐깐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사원들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업무 보고를 하는 사원들은 서류를 꼼꼼히 점검한 뒤 그에게로 가져가지만 이 부장은 어김없이 실수를 찾아낸다. 이쯤 되면 이 부장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그에 대해 험담의 말을 할만도 한데 어찌된 일인지 직원들은 이 부장을 옹호한다. 옆 부서의 동료가 이 부장으로부터 핀잔을 들은 이 과장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자네 오늘도 이 부장한테 핀잔을 들은 것 같던데? 이 부장 밑에서 일하기 힘들지?” “사실 힘 들기는 하지만 나를 위한 말이지. 우리 부장님은 원래 깐깐한 사람은 아니야.” 오히려 험담하려고 갔던 동료가 무안해지고 만다. 사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부장의 아침 인사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사원들 개개인에게 관심을 갖고 안부를 묻는다. “자네 넥타이가 아주 멋있군. 새로 장만한 건가?” “지난 주 아버님 칠순 잔치는 잘 치뤘나? 피곤하겠네.” 몸이 안 좋은 직원에게는 잊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감기는 좀 나았나? 자네가 아프면 곤란해. 벌써 업무에 차질이 생기잖아.” 이런 인사말은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말이다.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장은 사원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사소한 일까지도 말로 나마 챙긴다. 사원들은 자신에 대한 이 부장의 이런 개인적인 관심에 감동하게 된다. 이 부장의 인사에는 관심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부서의 장이고 보니 자신이 부장님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 업무적인 스트레스는 대개 그 자리에서 풀어진다. 이것이 이 부장이 사원들을 관리하는 노하우다.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만나자마자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서 인사를 하며 이것저것 안부를 묻는다면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소홀할 수 없다. 물론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이 순수한 관심을 갖고 대하는 것이라면 당신의 마음은 달라진다. “저 사람이 내 일까지 신경을 써주는구나. 나도 저 사람을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인사는 흔한 것인 만큼 그 중요성을 잊고 지내기 쉽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한마디라도 정성스럽게 인사를 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인사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출발점이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