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문화유적 탐방] 188. 신주, 위패, 지방을 아십니까?

1) 프롤로그
며칠 전 한 독자로부터 질문 메일을 받았다. 질문 내용은 이러했다.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자료집이나 인터넷 자료에 ‘신주’나 ‘위패’란 말이 나오는데 이 둘이 같은 것이냐, 아니면 다른 것이냐는 것이었다. 사실 이 정도 질문은 전통문화에 대한 나름 식견이 있어야 가능한 질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신주·위패의 차이는커녕 신주나 위패가 무엇인지 관심조차 없기 때문이다. 필자도 독자들께 질문 한 번 던져본다.
“도동서원 사당에 한훤당 김굉필 선생 신주가 있을까요? 아니면 위패가 있을까요?”
“한훤당 종택 사당에 한훤당 선생 신주가 있을까요? 아니면 위패가 있을까요?”
아마 모르긴 해도 헷갈리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이번에는 신주, 위패, 지방에 대해 한 번 알아보기로 하자.

2) 신주·위패·지방은 신을 상징하는 신체(神體), 곧 신위(神位)다
앞서 질문을 준 독자처럼 많은 이들이 헷갈려 하는 용어가 있다. 특히 향교·서원·종택 같은 유교문화유적에서 자주 접하는 용어다.
‘신위(神位)’, ‘신주(神主)’, ‘위패(位牌)’, ‘지방(紙榜)’, ‘위판(位版)’, ‘사판(祠版)’
얼핏 보면 그게 그거 같다. 그런데 이름이 각기 다른 만큼 사실 정체도 다르다.
사찰 같은 불교 유적지에는 반드시 부처님을 대신하는 어떤 사물이 있다. 불상일 수도 있고, 탑일 수도 있고, 부처님의 진신사리일 수도 있다. 여하튼 이 사물들은 부처님을 대신하는 사물, 곧 신체로서의 위상을 지닌다. 이 점에서는 교회나 성당, 향교나 서원 등도 마찬가지다. 신을 상징하는 신체는 우리나라 전통마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큰 집 사당에 있는 신주는 물론이고, 성황당에 있는 돌무더기·나무·소상[흙으로 빚은 상]·그림·위패·천조각 등이다. 이처럼 원시종교, 현대종교를 막론하고 인간이 신에게 무언가를 기원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제사를 올릴 때는 반드시 신을 대신하는 신체가 필요했다. 유교문화에서는 이러한 신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주·위패·지방이며, 이를 통틀어 표현할 때는 ‘신위’라 한다.


3) 개인 집에 사적으로 모신 신주(神主)
신주는 신위 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신주는 이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 그 사람의 후손 집 사당 혹은 감실[신위를 모시는 수납장]에 모셔져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신주는 상하로 길쭉한 직육면체인데 아래쪽은 일자형, 위쪽은 하늘을 향해 둥글게 솟은 반원형이다. 신주는 하나의 나무토막이 아니라 앞쪽 몸체, 뒤쪽 몸체, 받침대, 세 토막이 조립된 형태다. 앞쪽 몸체 전면과 뒤쪽 몸체 전면[가운데 세로로 홈을 파고 그 홈에 신호를 기재]에는 각각 신을 지칭하는 신호[神號·신의 명칭]가 기재되어 있다. 신주의 특징은 앞쪽 몸체 전면 바탕에 흰색 칠이 되어 있다는 것과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신호 왼쪽에 제사 모시는 자가 누구인지를 명시한 방제(旁題)가 표기되어 있다. 또 신주 양쪽 측면에는 규라는 작은 구멍이 두 개 있다. 이 구멍은 혼이 드나드는 통로다. 『주자가례』에는 지금과 같은 모양의 신주를 만든 이는 정자이며, 형태 및 규격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시일월신(時日月辰)에 근거해 크기와 높이를 정했다. 받침은 사방 네 치인데 4계절을 나타낸다. 신주 몸체의 높이가 한 자 두 치 즉 열 두 치인데 1년 12달을 나타낸다. 너비는 세 치 즉 서른 푼인데 한 달의 날 수를 나타낸다. 두께는 한 치 두 푼 즉 열 두 푼인데 하루의 시간을 나타낸다.

요즘은 신주를 보기가 힘들다. 우리 고장에서 신주를 볼 수 있는 곳은 현풍 못골 한훤당 종택, 소례 현풍곽씨 종택, 구지 경충재[망우당 곽재우 사당] 등이 대표적이다.


4) 서원·사우 등 공적인 공간에 모신 위패(位牌)
위패는 성균관이나 향교의 문묘, 또는 서원이나 사우[사당]에 모신 신위다. 형태는 신주와 비슷하지만 훨씬 단순하다. 몸체에 해당하는 상하로 길쭉한 직육면체[신주처럼 위쪽은 반원형이다] 나무 한 토막과 받침대로만 구성되어 있다. 몸체 전면 중앙에 세로로 신호가 기재되어 있으며, 신주와는 달리 전면에 흰 색 칠이 없고[종종 있는 예도 있다], 방제 역시 없다. 크기도 신주와는 차이가 있다. 신주는 『주자가례』에서 제시한 표준규격이 있는 반면, 위패는 규격이 없다. 그래서 크기는 각양각색이다.
위패는 신주와는 달리 한 사람의 위패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퇴계 선생 위패는 도산서원을 비롯한 전국 서른 곳이 넘는 서원과 234개 향교에 모두 모셔져 있다. 하지만 퇴계 선생의 신주는 지구상에서 딱 한 곳, 퇴계종택 사당에만 모셔져 있다. 참고로 ‘위판·사판’이란 용어도 있는데 위패와 동일한 표현으로 보면 된다. 우리 고장에서 위패를 볼 수 있는 곳은 많다. 도동서원, 이양서원, 예연서원, 낙동서원, 육신사 등이 대표적이다.

5) 신주를 대신해 종이에 쓴 지방(紙榜)
현대인들은 기일 제사나 명절차례를 지낼 때 대부분 종이로 만든 지방을 쓴다. 세월이 흘러 사당이나 감실이 사라졌고 신주마저 사라진 탓이다. 그래도 아직 제사 지내는 풍습은 남아 있어 제사 때마다 지방이 사라진 신주를 대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방은 신주를 대신하는 것이다 보니 모양이 신주랑 비슷하다. 상하로 길쭉한 흰 종이를 위쪽은 둥글게 아래쪽은 일자형으로 마름질한 형태다. 그 가운데 세로로 신호를 적는데 신주와는 달리 방제가 없다. 신호의 마지막 두 글자도 신주와는 다르다. 신주는 ‘신주’로 끝나지만 지방은 ‘신위’로 끝나기 때문이다.

6) 에필로그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신주·위패·지방이 혼란스러운 게 당연하다. 심지어 여행전문작가의 기행문이나 신문지면 같은 곳에도 신주·지방을 혼용해서 표현하는 예가 허다하다. 그래서 필자는 해설이나 강의를 할 때 이런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곤 한다. 신주·위패·지방을 정확하게 구분하기 힘들다면 그냥 ‘신위’로 표현하라고. 신위는 여러 유형의 신체를 한데 묶어 부르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신주·위패·지방 이야기를 이렇게 끝내려니 뭔가 많이 허전하다. 사실 신주·위패·지방 이야기를 끄집어내면 실타래마냥 항상 따라오는 이야기가 있다. ‘감모여제도’라는 그림과 신을 대신한 아이 ‘시동’, 그리고 시동이 앉았던 의자 ‘교의’다.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음 시간에는 감모여제도·시동·교의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하자.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 e-mail: 31691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