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리더의 역할

점심을 먹은 뒤 최 과장은 자신의 자리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이때 앞에 앉아 있던 직원이 말했다. “아휴, 배고파.” 이 말에 최 과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점심시간이 지난 지 몇 분이나 됐다고 벌써 배가 고프다는 거야.” 점심도 거른 채 자기가 시킨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 직원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최 과장은 대뜸 싫은 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나마 한 두 마디로 끝났다면 그 직원은 이유라도 설명했을 텐데 최 과장은 계속해서 야단을 친다. 직원은 슬슬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자기 딴에는 바쁜 것 같아 점심까지 걸러 가며 일했는데, 그것도 모르는 매정한 과장은 자신을 먹을 것만 밝히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 직원은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미쳤지. 누가 알아준다고 이렇게 점심시간까지 바쳐가면서 일했담.’ 직원은 더 이상 과장의 지시에 따르고 싶지도 않고, 이미 다 끝난 일이지만 과장에게 보여 주기도 싫어졌다.
한 직원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기지개를 켜면서 말한다. “아휴, 피곤해.” 그러자 이 주임이 즉각 받아친다. “그까짓 것 좀 했다고 피곤하면, 난 벌서 쓰러졌겠다.” 피곤하다는 말은 잠깐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일에 몰두하다가 잠깐 쉬면서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을 많이 시킨다고 상사를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말에까지 굳이 꼬투리를 잡고 늘어질 필요는 없다. 자신의 일이 더 많다고 우긴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고 만다.
지나가는 말로 얘기 하더라도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어야한다.
힘들다는 말에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져 봐야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많이 피곤한가? 요즘 너무 일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쉬어 가면서 하라고.” 이렇게 말해 준다면 그 직원은 피곤이 절로 가신다. 상대방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기쁨과 그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새로운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윗사람(상사)이 개인적으로 아무리 똑똑해도 자기(상사) 때문에 부하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능력은 B급, C급일지라도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결국에는 A급 능력을 가진 사람보다 더 낫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사는 부하 직원들이 의욕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리더의 바람직한 역할이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