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分)식(食) : 나누어 먹는다.


사실 분식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뜻하는 말인데 나눌 분을 쓰며 나누어 먹는 분식이라는 의미를 담은 가게가 있다. 한량분식의 사장님은 본인을 한량이라 칭하셨다. “한량이란 아직 무과에 급제하지 못한 선비로 긁지 않은 복권이죠.”. 한량분식은 우리가 가는 일반적 분식집이라기보다 무국적 술집이라고 하셨다. 떡볶이 세트도 있지만 다양한 안주들과 술이 많다.
한량분식은 와룡시장 안에서 독보적인 분위기를 뽐내는 곳이다. 이름하여 요즘 핫한 단어 뉴트로. “예전 감성도 아니고 지금 감성도 아닌 거죠.” 사장님의 설명이 정확하다고 생각이 드는 곳이다. 검은 배경에 금박의 화려한 벽지로 도배된 한량분식으로 들어가면 묘한 향 냄새와 갓과 썬글라스를 쓴 비너스상이 반겨준다. 특이한 인테리어에 이곳저곳 둘러보니 몇 테이블은 자개로 이루어져 있기도 했다. 어릴 적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나 볼 것 같은 자개무늬에 감탄하고 있으니 실제로 그 자개장을 이용해서 만든 테이블이라는 말을 듣고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벽면에는 누구라도 알 만한 배우들과 사장님이 같이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의자만 빼고 전부 다 제가 직접 한 거예요.” 인테리어의 독특함에 대한 질문에 자부심이 가득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개장을 직접 테이블로 만들고 인테리어 구상도 전부 직접 하셨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량분식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인테리어는 사장님의 전직에서 많은 영감을 받으셨다고 하셨다. 영화 제작 관련 일을 10년 하셨다는 말과 ‘신세계’, ‘범죄와의 도시’ 등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영화 제작에 몸담으셨다고 한다.
손님들이 한량분식을 찾아오는 한량분식만의 특별함은 독특한 인테리어, 음식도 있지만 손님을 편하게 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3년 전에 한번 온 손님도 기억하실 정도로 손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가득하다. 인터뷰 진행 중에도 손님이 오자 반가운 친구를 맞이하듯 편안하게 인사를 나누셨다. 가게만의 독특한 메뉴, 비법 소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상상치도 못한 기발한 대답이 돌아왔다. ‘음식에 프라이드는 있되, 가격에 맞는 값과 그에 따른 값어치를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현재 한량가비라는 카페를 오전에 운영하시고 오후에는 한량분식에서 일을 하신다고 하셨다. 10년이나 몸담았던 일을 뒤로하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 꿈을 펼치는 모습과 그 용기에 오래도록 박수를 쳐 드리고 싶었다. 한량상회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다양한 유형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게 사장님의 포부였다. 한량상회의 짐작할 수 없는 발전이 사뭇 궁금해진다.

☞한량분식: 대구시 달서구 성지로18길 7, 1층 ☎ 010-6836-7567

최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