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_木曜斷想] 그들만의 리그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메이저리그에 한때 여자프로야구 리그도 있었다.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 1943년부터 1954년까지 경기가 열렸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프로야구 선수를 포함한 많은 남자들이 입대하게 되면서 프로야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자 ‘여자들을 모아서 야구를 부흥시키자’는 생각에서 여자 야구팀을 결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남자 야구를 대신해서 만든 것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남자 위주의 사회에서 리그 초반에는 ‘여자가 무슨 야구냐’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숱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노력한 결과 차츰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남자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결국 리그는 폐지되고 말았다. ‘그들만의 리그’는 비록 미완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그들의 도전은 매우 의미 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이 이야기는 1992년 ‘그들만의 리그’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영화는 1년 남짓한 여자프로야구 전성기 시절 이야기로 꾸며졌다. 그러나 이후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은 어떤 단체 또는 대회 등이 자신들만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이들과 차별성을 강조할 때 쓰이는 말로 바뀌게 되었다.
특정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는 지금도 사회 곳곳에 존재하면서 특정대학 지향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일류대학이 세계 대학순위에서는 경쟁력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앞으로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대학이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가지고 상호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특정대학 중심의 무조건적 대학서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최근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학서열이 파괴되고 있는 분위기는 기업 채용방식의 변화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각 기업마다 정기적으로 시행했던 공개채용이 폐지되고 ‘직무 적합성’을 중심으로 수시채용이 늘어나고 있다. 출신대학, 토익, 해외연수 등 ‘스펙 위주’의 채용방식이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바뀜에 따라 자신만의 독창적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등용될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신입사원을 뽑아서 기업에 필요한 인재로 교육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기업 입장에서도 직무중심의 수시채용은 당장 현장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할 것이다. 본격적으로 전문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제 누구든 자신만의 특기를 잘 키우고 살리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직무중심의 채용이 또 다른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변질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는 진정한 의미의 ‘그들만의 리그’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변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