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_木曜斷想] 느림의 미학

속도의 시대다. 시대의 대세는 ‘빨리 빨리’다. 스마트폰도 속도 경쟁이고 상품을 주문할 때도 “빠른 배송 부탁”을 메시지로 남긴다. 앞차가 느리게 감으로써 차들이 밀리면 뒤를 따르는 차들은 거의 경고음을 울린다. 규정 속도를 100㎞나 초과해서 운전하는 차도 있다고 한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빨라져야 한다. 그러나 과연 빠른 것만이 다 좋은 것인지, 언제쯤이면 이런 ‘빨리’ 또는 ‘바쁨’에 대한 압박 없이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될지를 생각해 본다.
신축년, 소의 해이다.
빠른 것에만 매달리기에 앞서 주위를 돌아보고 속도를 조절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속도만 욕심내고 달리는 것보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으면서 주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것들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생존하고 있는지 한번쯤 살펴보자. 그리고 나의 존재는 어디에 있는지, 주위의 환경은 나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문명의 발전이 가져다 준 편리함이 빼앗아 간 ‘사람 사는 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보자.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청산도를 비롯한 슬로시티, 음식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슬로푸드 등 빠르게만 살아가는 생활에 여유를 가지자는 운동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때로는 느리게 가는 것이 이기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 시대에는 특히 자연이 주는 건강함을 여유 있게 즐기는 생활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한다. 슬로시티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고 내가 사는 지역에 조성된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KTX가 전국을 하루생활권으로 만들었지만 때로는 완행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재미도 아주 솔솔하다.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나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고 가족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뿐더러 내가 만나는 사물에 대해서도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빨리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건강을 위해서 가끔은 계단으로 올라가 보자. 그리고 생활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조급해 하지는 말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 빠르게 가면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하나도 제대로 못 볼 수도 있다. 나만의 욕심을 생각하기에 앞서 우리의 가치를 생각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 그러면 예전에 보지 못했던 가치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장(醬)도 오랜 시간 숙성 후에 완성이 되고, 밥도 뜸을 들여야 제대로 맛이 나듯이 기다림의 미학, 느림의 미학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고 실천해 보자.

변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