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아파트 갑질’은 없다


일동미라주더파크 아파트 상생 선언
건강한 아파트문화의 새 지평 열다

정준효 입주자대표회장

지난 16일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일동미라주더파크에서는 훈훈하면서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아파트 입주민과 직원 상생을 위한 실천약속 선언식이 열렸던 것.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은 입주자대표회장 정준효(40) 씨. 작년 7월 회장으로 선출된 뒤 사업계획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입주민이 직원에 대해 비인간적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부 규율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규율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대구시 아파트를 대상으로 자료 조사를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서울의 아파트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아파트 노동자에 대한 갑질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그 이후 고용노동부 등에서는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내놓기도 했고, 광주에서는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와 광주시 비정규직지원센터 간에 ‘노동인권 상생협약’을 맺기도 했으며,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을 금지 하는 내용이 추가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
이러한 자료를 참고하여 아파트 동 대표들과 초안을 만들고 2주간 입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이 날 선언식을 열게 된 것이다.
원래는 지난 8월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두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연기된 기간 동안 입주민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입주민을 상대로 슬로건을 공모한 것이다. 그 결과 ‘입주민도 나의 가족 직원도 나의 가족’을 선정했다. 지속적으로 입주민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 슬로건을 스티커로 제작하여 현관마다 부착할 예정이다.
정준효 회장은 “오늘 선언을 계기로 인근 아파트, 나아가 대구의 아파트에는 입주민과 아파트 노동자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바람직한 아파트문화 조성에 오늘 협약이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윤회(65) 아파트 경비반장은 “입주민과 직원들이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늘 행사를 계기로 더 친숙한 사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건강한 아파트 문화는 저절로 만들어 지지 않는다. 상생은 말 그대로 ‘함께’ 사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민과 직원은 같은 공간에 ‘함께’ 살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다. 입주민은 직원을 ‘내가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직원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테크노폴리스 일동미라주더파크. 약 3년 된 아파트로 870세대가 살고 있다. 3,40대의 젊은 층이 많으며 ‘세 자녀도 다둥이 소리를 못 듣는다’ 할 정도로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번 선언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남은 것은 입주민과 직원의 실천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선언은 선언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선언은 일동미라주더파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변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