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속 엄마 이야기 ] 엄마의 행복을 부탁해!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엄마’는 문학·영화·음악·연극 등 많은 장르에서 끊임없이 다루어지고 있는 소재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 개인의 성장과 함께하는 존재로,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기억 속에서 존재하며 개인의 삶에 영향을 행사한다. 부르기만 해도 힘이 되는 단어일 수도, 그 반대의 의미일 수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엄마’는 여전히 큰 존재로 자리한다. 소설에서도 엄마는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소설의 전개에 영향을 행사한다. 이렇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든 우리가 읽는 허구의 삶이든 그 안에서 우리는 내 어머니를 떠올린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에 대한 기억을 일깨워주고 소설 속의 ‘엄마’와 나의 ‘엄마’를 동일시하게 만들어 ‘엄마’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 소설로 유명하다. 2007년 가을부터 2008년 겨울까지 ‘창작과 비평’에 연재될 때부터 주목받았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자마자 3개월 만에 판매부수 40만 부를 넘기더니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100만 부를 훌쩍 넘어서는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영문으로 번역해서도 초판 10만 부 발행에 이어, 출간 직후 아마존닷컴 전체 순위 20위권에 들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엄마’는 개인의 감정을 움직이는 대상인 듯하다.
실제로 ‘엄마를 부탁해’는 작가 신경숙 자신의 자서전적인 경험담이다. 동시에 우리가 흔히 접하고 목격할 수 있는 엄마의 일상이다. 작품 속 엄마는 많은 작품에서 다루는 헌신과 희생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신을 부탁해야 할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실제 실종동기를 찾도록 만드는 영향력 있는 존재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라 실종된 엄마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가족들은 엄마는 누구이며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엄마 몫의 인생을 인식하게 된다. ‘실종된 엄마’는 가족의 지지(또는 개인에 대한 인정)를 받지 못한 엄마를 의미한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개인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하지 않는가. 누구의 엄마라는 존재 가치만으로는 어느 누구도 완전한 행복을 느끼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엄마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모든 것이 결코 엄마의 행복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엄마의 보살핌, 관심, 이해, 관용 등과 같은 엄마의 희생을 먹고 자랐다. 당연한 듯이.
“나는 엄마처럼 못사는데 엄마라고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엄마가 옆에 있을 때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딸인 내가 이 지경이었는데 엄마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고독했을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오로지 희생만 해야 했다니 그런 부당한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어”
엄마의 흔적을 따라가며 엄마의 삶을 돌아본 딸의 이야기처럼 우리도 이미 이렇게 반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사라진 엄마처럼 ‘엄마가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한 인정’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는 실제 엄마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엄마의 딸, 큰아들,남편, 애인, 시동생,고모와 있었던 에피소드만 가득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가 언젠가 봐왔던, 또는 지금도 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찾아낸다. 그리고는 내 엄마의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새삼스럽게 엄마의 행복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어색할 수는 있겠지만 이제라도 엄마의 헌신과 희생의 숭고함 뒤에 숨어 있었던 엄마라는 삶의 고달픔에 격하게 공감해 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박은경(한국애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