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_木曜斷想] 살다보면 살아진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뮤지컬 서편제에 나오는 노래 ‘살다보면’의 가사다. 가사만 얼핏 보기에는 무의미하게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삶의 여유와 긍정, 희망과 극복을 노래한다. 뮤지컬 외에도 여러 가수가 불렀던 이 노래는 애절한 멜로디와 공감 가는 노랫말로 많은 사람이 가슴으로 듣는 노래, 여운이 많이 남는 노래라고 평한다.
지난여름 폭우로 인해 물에 떠내려간 소가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생존한 채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더불어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고사성어가 회자되기도 했다. 홍수가 났을 때 물살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가는 소는 살지만 제 힘을 믿고 물살을 거슬러 가려는 말은 죽는다는 뜻이다. 살다보면 아무리 애써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나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가 열 달 이상 지속되면서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경제도, 문화도, 취미도, 사회적 관계도 이전과는 다르게 바뀌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 이전에 했던 많은 일들을 앞으로는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생긴다. 분명 과거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새롭게 느끼는 것도 있다. 이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되었던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된 것이다.
손 내밀어 잡을 수 있는 형제가 있다는 사실, 술 한잔 나누면서 추억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 가끔은 가기 싫은 적도 있었지만 매일 출근할 직장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 평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실이 행복이었고 살아가는 이유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가장 잘 사는 삶인지도 모른다.
여행할 때 한번은 경험하는 일. 차를 타고 유명관광지를 찾아 한참 가다보면 목적지가 어디쯤인지 얼마나 더 가야 되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안내자에게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자꾸 묻게 되면서 정작 가는 길에 펼쳐진 멋진 풍광은 모두 놓쳐버린다. 여행은 출발부터 도착까지 보는 것, 먹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의미 있는 여정이다. 여행의 의미를 모르고 여행을 다녀오는 것처럼, 목적만 무조건 좇다보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진정한 가치는 찾을 수가 없다.
과정을 즐기는 삶,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 나름의 가치관대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이다. 앞으로도 그리 살면 된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변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