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지는 벌초, 성묘 신풍속도

인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서성환(58) 씨는 집안의 장손이다. 매년 추석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와 집안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함께 벌초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건 큰 연례행사였다. 특히 올해는 태풍 마이삭 때 증조부 산소 앞의 대나무가 많이 넘어지고 축대도 일부 허물어져 보수공사도 할 겸 꼭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 모든 게 어렵게 되었다. 고향을 지키는 먼 친척뻘 되는 사람이 벌초대행을 해 주기로 했고 무너진 축대는 벌써 인부를 불러놨으니 아예 내려올 생각을 말라고 하시면서 고향의 노모는 서 씨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서울에 사는 조선형(46) 씨도 지난 주말에 서둘러 성묘를 다녀왔다. 추석에 사람이 몰리는 걸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다녀온 것이다. 이처럼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추석 벌초와 성묘 문화가 확 달라지고 있다.
팔공산 도림사 추모공원은 추석 연휴 때 추모객이 몰려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감염을 피하기 위해 9월 30일∼10월 4일까지 추모공원을 아예 폐관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추모공원인 합천 추모공원도 제례실과 예배실을 운영하지 않으며 합동차례는 지내지 않기로 했다. 모든 방문객은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건 금지하기로 하는 등 실내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성묘는 하고 반드시 차례는 지내야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보건복지부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이용해보자. 보건복지부 장사정보시스템에 접속하면 사전예약을 통해(9월 21일부터) 다음과 같은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전국 주요 온라인 추모시설 안내
▶ 추모관 꾸미기(영정, 헌화, 분향, 차례상 등)
▶ 안치사진 신청(장사시설이 안치사진을 제공하는 서비스)
▶ 온라인 추모, 성묘하기(추모글 작성, 추억하기), 가족, 친지와 SNS 공유 가능

코로나19는 모든 일상을 바꾸어 놓았고 코로나 이후 처음 맞는 민족 대명절인 추석의 벌초, 성묘도 예외가 아니다. 직접 찾아가서 성묘하고 추모해야 한다고 괜스레 고집피우지 말고 신풍속도에 맞게 안전하고 편리하게 온라인으로 지내보자. 후손의 안전과 번영을 기원하는 조상님도 하늘에서 너그러이 이해해 주실 것이다.

서순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