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_木曜斷想] 마스크 역설

마스크가 일상화 된지 8개월이 지나가면서 마스크는 이제 귀찮거나 어색한 물건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할 필수품이 되었다. 옷을 입지 않고 외출을 할 수 없듯이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외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은 쉽게 벗어버릴 수가 없을 것 같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옆에는 왠지 가기가 꺼려지고, 마스크를 안 쓰면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 마스크 쓰는 문제로 시비가 붙고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반면 마스크를 쓰는 일이 습관화되다 보니 만성적인 독감의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귀찮아도 써야 되는 물건이 아니라 안 쓰면 안 되는 물건이 되다 보니 얼굴을 장식하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색깔이나 디자인, 기능에 있어 다양한 마스크가 등장하더니 이제 각양각색의 마스크 목걸이도 등장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기능성 마스크, 끈이 없는 마스크도 등장했고 상대방의 입모양이나 얼굴표정을 통해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우를 위한 투명마스크도 개발되었다. 마스크로 인한 피부질환이나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대응방안도 소개되고 있다. 마스크를 활용한 일러스트 작품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도 하고 스마일 마스크로 고객을 즐겁게 하는 마트도 소개되었다.
마스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진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마스크를 우리말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얼굴 모양을 각양각색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마스크가 등장할 수도 있다. 마스크는 이렇게 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마스크가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면 마스크가 가져온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스크는 사람간의 거리를 멀게 하는 것 같고 정을 단절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은 표정을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마스크를 쓴 채 말을 많이 하면 피부가 숨을 쉬지 못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마스크를 쓰라는 것은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남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라는 의미다. 말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귀가 더 열리게 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게 됨으로써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마스크를 쓰라는 것은 외모보다 내면을 단련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마스크에 가려진 진정한 자아는 어떤 것인지 되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좀 더 가지라는 의미다.

변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