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결혼 新 풍속도

코로나 여파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이들보다 더 힘든 나날을 보내온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바로 코로나 시대에 결혼하는 예비 신랑 신부들. 이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아야 할 시기에 이곳저곳을 분주히 다니며 결혼 준비를 해왔고 이제는 청첩장을 보내 사람들을 한자리에 많이 모아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때에는 심지어 결혼식을 온라인 생중계하고 신랑 신부 양가 부모 및 친지들이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를 지켜보며 결혼하는 일도 벌어졌다. 온라인 공간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참석하지 못한 채 집에서 지켜보는 지인들의 실시간 모습을 모아놓은 스크린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기념촬영을 하는 등의 방식이다.
지역사회 감염이 잠잠해지는 요즘은 조금 상황이 나아져 코로나로 미뤘던 결혼을 이제야 한다며 청첩장이 하나 둘 오고 가고 있다. 올해 4월의 신부를 꿈꾸며 작년부터 결혼 준비를 해오다 결국 9월의 신부가 된다는 오정혜(28) 씨를 결혼식장에서 만났다.
결혼식장 밖의 풍경은 주차장이 덜 붐빈다는 점을 제외하곤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내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덕담을 나눈다는 점과 축의금을 받는 데스크 옆에 비접촉식 체온계가 설치되었다는 점 정도가 달랐다.
또한 눈에 띄게 다른 점은 1인 손님이 많아졌다는 점. 아이들을 차마 사람 많은 곳에 데려올 수 없어 엄마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아빠 혼자 왔다거나 반대로 엄마 혼자 왔다거나 하는 경우다.
신랑 신부와 인사를 할 때에도 최대한 벗지 않던 마스크는 결혼식 기념사진을 찍을 때가 되어서야 조심스럽게 벗겨졌다. 이마저도 신경이 쓰이는지 마스크를 쓴 채로 기념촬영에 응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식사권으로 식사를 하는 대신 답례품을 받아 가는 사람도 전과 다르게 크게 늘었다.
“결혼식에 초대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미안했지만 결혼식을 한 번 미뤘고 마련한 신혼집의 계약날짜는 조정하는 게 불가능해서 결혼식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할 시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난관을 만나 힘들게 결혼한 코로나 시대의 신랑신부들은 결혼 뒤에 마주할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슬기롭게 극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원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