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_木曜斷想] 역사를 만든 조연(助演)의 힘

역사에 등장하는 군주에게는 그 군주를 만든 참모가 있었다. 역사의 주인공은 군주였지만 그 군주를 만든 조연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들 조연은 때로는 적극 나서서, 때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도자로 하여금 난국을 극복하고 역사의 주인공이 되게 했다.
조선 태조의 정도전, 세조의 한명회가 그랬다. 중국의 역사에도 한 고조 유방을 만든 장량이 있었고, 삼국지에도 제갈공명과 순욱을 비롯한 수많은 책사들이 등장한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상의했다는 루이 하우, 빌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든 딕 모리스 등 미국의 역사에도 수많은 참모들이 등장하여 대통령을 만들기도 하고 그들로 하여금 세계사의 주역이 되도록 했다. 예수님과 부처님에게도 베드로와 바울이 있었고 가섭과 아난이 있었다. 이들은 오늘날 기독교와 불교가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내외의 유명한 영화제에도 조연상이 있다. 표면적인 비중은 주연상보다 크지 않을지 모르나 제대로 역할 하는 조연이 없는 영화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주연이지만 뛰어난 조연들은 주연의 존재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주연보다 보다 더 멋진 연기를 보이기도 한다. 뛰어난 조연의 연기는 주연을 받치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의 맛을 살리면서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조연의 역할로 영화가 더 빛이 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기업에도 조연은 존재한다. 환경의 변화를 읽으면서 기업의 미래를 보는 노련한 조연도 필요하고, CEO의 일탈을 바로 잡아줄 쓴 소리 참모도 반드시 필요하다. 회사원 모두가 CEO가 될 수는 없다. 조직의 분위기를 살리는 조연도 필요하고 궂은일을 맡아 하는 조연도 필요하다. 이러한 조연이 없으면 주연도 제대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조연은 보이는 곳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충실히 제 역할을 다하며 기업의 미래를 이끈다.
보스에게 과감하게 ‘노’ 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 보스보다 넓게 보고 멀리 보는 참모, 이런 참모를 기꺼이 받아들인 보스와 참모의 관계에 의해 역사의 발전도 이루어졌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이런 조연의 가치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이 이러한 조연의 역할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항우가 전투의 승패에 관심을 두고 있을 때 시대와 민심의 흐름을 읽은 장량은 유방을 천자로 만들었다. 이처럼 군주가 보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진정한 조연의 역할이 아쉽게 느껴진다. 주연을 빛나게 하는 조연, 기업의 발전도 나라의 미래도 담보할 수 있는 조연의 등장을 기대한다.

변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