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전문성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비결 중의 하나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다. 전문성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인 성질, 또는 특성’이다. 나는 이를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해 분야에서 당대의 일가를 이루는 것’으로 정의한다. 정의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전문성은 창의성, 가치성, 희소성, 비모방성, 비대체성이 있어야 한다.
허나, 말이 그렇지 ‘당대의 일가를 이루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물론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라는 방법론을 제시하긴 했지만, 이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리라. 이쯤에서 당나라의 고승 황백선사의 시구(詩句) 한 구절 읊고 가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부시일번한철골 쟁득매화박비향(不是一番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 즉 ‘뼈를 깎는 추위를 겪지 않았던들, 매화가 어찌 코를 찌르는 향기를 낼 수 있었겠는가!’
필자가 몸담았던 군(軍에)서 영관장교가 되면 저마다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문분야에서 복무하게 된다. 누구나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지만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다. 군에서는 개인별로 전문분야를 구분하고, 그 분야별로 인재를 육성하여 활용한다. 전문분야를 구분하는 것은 대개 2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는 장교로 임관할 때부터 부여되는 병과(兵科)다. 나는 보병병과를 부여받았다. 2단계는 영관장교 때 부여하는 참모특기인데 나는 인사특기를 부여받았다. 그동안 군 생활을 되돌아보면, 야전에서 이수해야할 필수직위인 지휘관과 참모직위 이외의 대부분을 인사특기 분야, 그것도 정책부서인 육군본부에서 많은 기간 동안 근무한 덕분에 나름대로 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육군본부의 업무 특성상, 자신이 기안한 정책이 예하부대와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개발해서 입안된 정책은 시행문서에 자신의 이름 석 자가 명시되어 전군(全軍)에 배포되어 시행된다. 그래서 정책부서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양질의 정책을 개발하는데 온 힘을 쏟는다. 따라서 야전부대에서는 ‘행동’이 필요하지만, 정책부서에서는 ‘생각’이 요구된다.
그런데 그 ‘양질의 정책’이란 것이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의 투자를 요구한다. 나는 임무를 부여받으면 그것이 종료될 때까지 그 업무에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식사와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는다. 심지어 밤늦게 퇴근해서도 용어 하나에도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천장에 보고서를 그려보곤 하였다. 그러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그 즉시 일어나 메모를 하곤 하였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육군의 인사정책 분야에 괄목할 만한 산물을 낼 수 있었다.
필자는 육군본부에서 중령 실무자 보직을 마치면서 그동안 내가 직접 기안해서 결재를 득한 문건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를 최종 결재권자별, 즉 참모총장, 부장·처장으로 그룹핑을 해서 책자화하였다. 각각 2부씩 만들어 1부는 후배 장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내가 근무하던 부서에 남겼다. 1부는 내가 보관하여 아직까지 소장하고 있다. 나는 세월이 흘러 몸과 마음이 게을러질 때면, 이 책자를 보면서 온 몸을 불살라 일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군화 끈을 조여 맨다. 그러면서 내가 정의한 ‘전문성’의 의미인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해당 분야에서 당대의 일가를 이루는 것’ 을 되뇌며 자문해 본다. 나는 과연 나의 분야에서 당대의 일가를 이루었는가?

구용희 건양대학교 교수